고기 구울 때 왜 자꾸 물이 나올까? 정육점 사장이 알려주는 원인과 해결법
고기를 굽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구이를 하려고 팬에 고기를 올렸는데, 어느 순간 팬 바닥에 물이 흥건해집니다.
고기는 노릇하게 구워지는 게 아니라 물에 삶아지는 것처럼 되고, 맛도 생각했던 것과 달라집니다.
정육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 고기 물 먹인 것 아닌가요?”
“육즙이 왜 이렇게 많이 빠져요?”
그런데 팬에 물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고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고기의 상태도 봐야 하지만 해동 방법과 굽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냉동고기는 해동 과정부터 중요합니다
고기를 얼리면 고기 안의 수분도 함께 얼게 됩니다.
문제는 해동입니다.
급하게 녹이거나 냉동과 해동이 반복되면 고기 조직에서 수분이 빠져나오기 쉬워집니다.
포장을 열었을 때 바닥에 붉은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흔히 피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고기에서 빠져나온 수분과 육단백질 성분이 섞인 드립(drip)입니다.
이런 고기는 팬에 올렸을 때도 수분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동육은 가능하면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팬이 충분히 달궈지기 전에 고기를 올리는 경우
팬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고기를 올리면 고기 표면이 빠르게 익지 못하고 수분이 계속 빠져나옵니다.
특히 삼겹살이나 목살을 구울 때는 팬을 어느 정도 달군 다음 고기를 올리는 편이 좋습니다.
고기를 올렸을 때 ‘치익’ 하는 소리가 제대로 나야 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고기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려도 물이 생깁니다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 제가 가장 많이 보는 경우입니다.
빨리 먹으려고 팬을 고기로 꽉 채웁니다.
그러면 차가운 고기가 한꺼번에 올라가면서 팬 온도가 떨어집니다. 고기에서는 계속 수분이 나오는데 그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지 못합니다.
결국 굽는 것이 아니라 고기에서 나온 물에 익히는 상황이 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팬에 여유를 두고 나눠 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포장을 열었는데 고기 표면이 지나치게 젖어 있다면
바로 팬에 올리지 말고 고기 상태부터 한번 보세요.
표면에 수분이 많다면 키친타월로 살짝 눌러 닦아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기를 세게 누르거나 물기를 완전히 짜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고기를 볼 때도 색깔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표면 상태, 드립이 얼마나 생겼는지, 지방 상태, 보관 상태를 같이 봅니다.
마트에서 포장육을 살 때도 고기 색깔만 보지 말고 포장 바닥에 물이 지나치게 많이 고여 있지는 않은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그렇다면 고기에서 물이 나오면 무조건 나쁜 고기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기는 원래 상당량의 수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열하면 어느 정도 수분이 빠져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유난히 많은 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고기만 의심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냉동육을 어떻게 해동했는지,
팬은 충분히 달궜는지,
고기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지는 않았는지.
이 세 가지만 바꿔도 굽는 상태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30년 고기를 다루면서 느낀 점
좋은 고기를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고기를 어떻게 보관하고, 해동하고, 굽느냐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같은 고기를 가져가도 어떤 분은 맛있다고 하고 어떤 분은 질기거나 물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에 고기를 구웠는데 팬에 물이 흥건해진다면 바로 고기 탓부터 하지 마세요.
해동 상태와 팬 온도부터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작은 차이지만 고기 맛은 꽤 달라집니다.
바른시선
30년 현장에서 고기를 다루며 알게 된 이야기를 계속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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