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원육 선별법|정육사가 원육을 볼 때 확인하는 4가지 기준
삼겹살 원육 선별법|정육사가 원육을 볼 때 확인하는 4가지 기준
삼겹살 원육을 오래 다루다 보면 대부분의 원육은 일정한 품질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원육을 아무 기준 없이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판을 놓고 보면 육색과 지방 상태, 삼겹의 두께와 모양, 지방의 분포, 정형했을 때 나오는 수율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정육 현장에서 말하는 원육 선별은 고기마다 품질이 크게 다르다는 뜻이라기보다, 비슷한 원육 가운데 사용 목적에 더 적합한 것을 골라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식당에서는 일정한 두께와 모양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정육점이나 가공업체에서는 상품성과 정형 후 수율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30년 동안 정육 현장에서 고기를 다뤄오면서 제가 삼겹살 원육을 볼 때 확인하는 기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육색 하나가 아니라 원육 전체의 상태를 봅니다
원육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살코기와 지방의 색입니다.
돼지고기는 일반적으로 밝고 자연스러운 분홍빛을 띠는 것이 좋지만, 육색 하나만으로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고기의 색은 개체 차이뿐 아니라 도축 이후 시간, 포장 상태, 보관 온도, 공기와 접촉한 시간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육을 볼 때는 살코기의 색과 함께 지방의 색과 상태, 고기 표면의 탄력, 드립이 지나치게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살코기가 지나치게 창백하면서 물기가 많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어둡고 표면 상태가 좋지 않다면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 역시 색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단단함과 탄력, 살코기와 지방이 붙어 있는 상태를 같이 봅니다.
삼겹살은 살코기와 지방을 함께 먹는 부위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살과 지방을 포함한 원육 전체의 상태를 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2. 삼겹 본판과 미추리를 포함해 한 판 전체를 봅니다
삼겹살 한 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모양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갈비 쪽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살과 지방의 배열과 두께가 달라지고, 끝부분에는 현장에서 흔히 미추리라고 부르는 부분이 나옵니다.
미추리는 삼겹살 원육을 작업하면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한 판을 작업하면 미추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추리가 있다는 것 자체를 원육의 단점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미추리를 무조건 적게 만드는 원육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삼겹 본판과 미추리를 포함한 한 판 전체에서 어떤 상품이 나오는가를 봅니다.
본삼겹의 폭과 두께는 어떤지, 살과 지방의 층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지방이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몰려 있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합니다.
미추리 역시 그 자체를 나쁜 부위라고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용도에 맞게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식당 납품용이라면 원육에서 원하는 두께와 모양의 삼겹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원육 한 판의 가치는 특정 부분의 모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작업했을 때 나오는 상품성과 수율로 판단해야 합니다.
3. 지육 중량은 85~95kg 정도를 실용적인 범위로 봅니다
돼지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단순히 ‘큰 돼지’, ‘작은 돼지’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도체, 즉 지육 중량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최근 국내 돼지의 평균 도체중량은 약 88kg 전후입니다.
현장에서 삼겹살 원육을 볼 때도 지육 중량 약 85~95kg 정도를 하나의 실용적인 범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85~95kg이면 무조건 맛있는 돼지고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육 중량은 원육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입니다.
같은 90kg의 지육이라도 등지방의 두께와 지방 분포, 삼겹의 두께와 모양, 비육 상태 등에 따라 실제 삼겹살의 상품성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육 중량을 확인한 다음에는 실제 삼겹 원육을 보고 두께, 살과 지방의 균형, 지방 분포, 정형 후 수율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정육 현장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만이 아닙니다.
칼을 대고 정형했을 때 원하는 상품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나오느냐가 중요합니다.
4. 좋은 원육도 가공과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원육을 잘 골랐다고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도축 이후 발골과 정형, 포장, 운송, 보관을 거쳐 실제 식당이나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냉장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냉장육은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온도가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온도 관리가 불안정하면 드립이 증가하거나 고기 표면 상태가 달라지는 등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진공포장도 냉장육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진공포장을 했다고 해서 원육의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상태의 원육이 기본이고, 그다음으로 제대로 된 정형과 포장, 안정적인 냉장 보관과 유통이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진공이 풀리지는 않았는지, 포장 상태에 이상은 없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상태의 삼겹살을 유지하려면 원육 선별부터 가공, 포장, 냉장 보관과 유통까지 전체 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삼겹살 원육, 결국 무엇을 봐야 할까?
삼겹살 원육을 볼 때 제가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을 네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육색 하나가 아니라 살코기와 지방을 포함한 원육 전체의 상태
둘째, 삼겹 본판과 미추리를 포함한 한 판 전체의 모양과 상품성
셋째, 지육 중량을 참고하되 실제 삼겹의 두께와 지방 분포, 정형 후 수율까지 함께 판단하는 것
넷째, 가공 이후 포장과 냉장 유통 과정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
좋은 삼겹살을 숫자 하나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등급이 같다고 모든 삼겹살의 모양까지 똑같은 것도 아니고, 지방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지육 중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85~95kg 정도를 현장에서 다루기 좋은 하나의 범위로 참고할 수 있지만, 중량만 보고 삼겹살의 품질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원육을 직접 보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정형했을 때 어떤 상품이 얼마나 나오는지까지 판단하는 것이 원육 선별입니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kg당 납품가격만 비교해서 실제 고기 원가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더라도 손질하면서 걷어내는 부분이 많다면 실제 사용 원가는 올라갑니다.
반대로 작업하기 좋은 원육은 원하는 규격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고 정형 후 활용도도 높아집니다.
고기 원가는 kg당 얼마에 샀느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질하고 난 뒤 실제로 얼마를 사용할 수 있느냐까지 봐야 합니다.
30년 동안 고기를 다뤄오면서 제가 원육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결국 가격표에 적힌 숫자보다 실제 작업했을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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